MOMO
죽일 때는 한 방, 급소를 노리는 게 철칙. 그게 죽을 사람에게 예의라든가?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오는 통에 늘 머리가 지끈지끈했다. 웬만하면 지키는 편이었지만, 양반이 되지 못 했다. 명백한 살인사건.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, 시체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. 정확히 목덜미에 한 번, 옆구리에 한 번 날카로운 칼로 인해 상처가 생긴 듯한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. 빗물에 차갑게 식어가던 그 시체는 나로 인해 희생된 사람이 맞다. 발골 할 때나 사용하는 새김칼을 구해 급소를 노린 것도 맞다. 나이는 꽤 많지 않은 삼십 대 중반으로 그는 유명한 마약 중독자였다. 자꾸만 쌓여 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 해도 마약을 늘 구하러 다니는 그런 멍청한 인간이란 말이다.
죽일 때 어찌나 살려 달라고 빌던지……. 다시 생각해도 헛웃음이 지어졌다. 웃는 내가 이상했는지 신호가 걸린 틈을 타 인상을 찌푸리며 왕여는 나를 쳐다봤다.
“사람 죽은 게 웃겨?”
“누가 웃기답니까? 목격자 손목에 수갑이나 채우고 가는 형사를 이해 못 할 뿐이지.”
오른쪽 손목에 걸려 있는 수갑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. 그도 그럴 것인 게, 수사에 도움이 많이 되는 목격자를 누가 체포하는 방식으로 끌고 가냐 이 말이다. 단순히 내가 벼르고 벼르던 조직 내 직원이라? 아니겠지. 날 의심하고 있는 거겠지. 항상 이렇게 본인의 생각을 남에게 들킨다면 어떻게 경찰이고, 어떻게 수사를 하고 있는 걸까? 숙인 허리를 곧게 피고 앉았다.
“오늘은 여 씨 보고 싶어서 왔어요.”
“하나도 안 달갑거든? 역시나 너랑 관련 된 일이지?”
“글쎄요. 전 그냥 지나가다가 보게 된 게 전부라서요.”
“하나도 안 믿는 것도 알고 있지?”
“그럼요.”
뺏겨버린 휴대폰 탓에 만지작 댈 게 없는 것도 물론. 차 창 건너편 젖어 있는 도로가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. 괜히 나섰나? 그냥 난 오랜만에 보고 싶을 뿐인데. 오른쪽 팔을 제대로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 하는 불편함에 자꾸만 덜컥덜컥 소리를 냈다.
시간이 시간인지라 도로는 뻥 뚫려 안전하게 서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. 그제서야 손잡이에 묶여 있던 수갑 한 쪽을 풀어서 자기 손목에 채우는 것이다. 아, 내가 안 우스워 할 수 있냐고. 이렇게 패턴이 뻔히 보이는 사람한테 말야.
“지금 이거 무슨 플레이 같다.”
“뭐?”
“이거 그쪽이 저 유혹하는 것 같아요. 알잖아요, 왕여 씨도. 저 섹스에 환장하는 거.”
“미친 놈.”
결국 그 커플 수갑은 오래 가지 못 한 게 아쉽지만.
목격자 진술이란 것은 꽤나 복잡했다. 사람이 사람인지라, 나는 자꾸만 다그침을 받았다. 네가 죽인 게 아니냐며. 난 알리바이도 정확하다고 억울한 연기를 해 냈다. 일부러 내가 서까지 드나든 걸 알면 보스가 가만 안 둘지도 모르지만, 오랜만에 무슨 사건 때문에 복잡한지,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달까. 안 그래도 내가 정보를 얻어 오는 날이면 조직은 늘 복잡해졌다. 나름대로 소식통이니까.
“넌 정말 지나만 가고 있었다는 거고?”
“그렇죠.”
“무슨 일 때문에?”
“말했잖아요. 고아원 봉사 간다니까.”
“허……. 미친 놈.”
“유년 시절의 아픔이 있는 사람이거든요. 매도하지 마세요.”
머리를 거칠게 쓸더니 이마를 짚었다. 곧 나가보라는 제스쳐에 고개를 까딱이며 일어섰다. 아, 그런데.
“점심은?”
“먹어도 너랑은 안 먹는다.”
“아쉽네. 갑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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